KIM BYOUNG DUK - EXPERIMENT

KIM BYOUNG DUK - POT CONCERTO

항아리 콘첼토

어린시절 검은 간장이 담긴 항아리 속을 들여다 보며 짭잘한 내음속에 투영되었던 나의 어린 모습은 바로 전형적인 한국의 소년이었다. 소나기가 내리던 날, 나는 장독대로 급히 달려가 간장독을 덮었다. 이것이 바로 어머님께서 내게 내려 주셨던 특명이었기 때문이다. 뚜껑을 덮을 때마다 나는 항상 미묘한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아직까지도 나의 양쪽귀를 간지른다. 나는 장독대에 자주 올라가는 편이었는데 그곳이 나의 주요 놀이터였기 때문이다. 검붉은 된장, 고추장이 묻어있는 숟가락으로 큰놈부터 작은 놈에 이르기 까지 나란히 정렬되어 있는 항아리들을 즐겨 두드리곤 했었다. 붉은 고추장이 담겨있는 항아리는 소리가 투박했다. 된장이 담긴 항아리는 두터운 소리를 냈다. 간장이 담겨있는 놈은 맑은 소리를... 그리고 비어있는 놈은 역시 요란한 소리를 내였다. 큰놈, 작은 놈 그 크기에 따라서 그 모앙에 따라서 그 소리들은 모두 달랐던 것을 신기하게 여겨 나는 장독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또 다른 공간속에서의 어린시절, 나는 탄 제린드림과 크라우스 슐츠의 전자음악에 크게 놀랐다. 만약, 한국에도 이러한 음악을 하는 연주인이 있었다면 나는 아마도 까무러쳤을 것이다. 위의 이유들 때문에 나는 김병덕 선생의 항아리 협주곡을 듣고 많은 감흥을 받았다. 그의 음악은 어린시절 조그만 두손으로, 고추장과 된장이 묻은 숫가락으로 항아리를 두드리며 옹알 거리던 나의 희미한 추억들을 되살려 주었다.

김진묵 선배가 고물차 속에서 들려주었던 그의 음악에 대한 첫 경험은 나에게 강한 충격을 주었다. 까무러치지는 않았지만 우리에게도 이러한 고집쟁이 뮤지션, 괴짜가 있다는 것에 나는 가슴이 벅차올라 왔었다. "너희나라에는 이러한 음악이 있는가?" 서양인들과 일본인들이 어깨에 힘을 주며 나에게 던지곤 했었던 질문이었다. 그들의 음악을 소개해 오면서 "과연 우리들의 음악은 어디 있는 것일까?......"라고 부끄럽고 답답하게 느껴 왔었던 나의 가슴을 그가 열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이작품으로서 나는 그들에게 자신있게 말할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음악이라고!
"그의 음악은 돈을 벌기위한 음악이 결코 아니다. 사랑타령도 아니며 말초신경을 자극시키는 것도 아니다. 소녀들이 발을 동동구르며 그들의 우상들에게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우리들은 그의 음악과 함께 조용히 깊은 명상에 잠길수가 있는 것이다.그의 음악에 대한 해석은 듣는이 모두가 각각 다를 것이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그리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명상의 깊이에 따라서....그의 음악은 바닷속 깊숙히 잠수할 것이고, 때로는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를 것이다. 정적속으로 조용히 사라지거나, 아니면 크게 요동칠 것이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 한다. 그는 우리들에게 더 많은 음악적 체험을 가져다 줄것이며, 더욱 커다란 음악적 공간을 열어줄 것이다.

글 : 성 시 완 (음악 평론가)